한국 가족치료의 발달 (1)

1. 가족치료의 발달 배경

- 전통적 문제해결 방식
한국문화는 유기체론적, 전체론적, 집단주의적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문화적 전통을 깊이 반영한다.
기계론적, 환원주의적, 개인주의적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서양 문화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는 문제 예방 및 대처방식에서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특정 시대의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의 문제 대처방식은 그 세대를 지배하는 철학이나 종교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유교, 불교, 도사 상의 영향을 깊이 받은 문화이다.
서양 학자들은 불교나 도 사상 같은 삶의 방식을 깊이 들여다보면, 서양에서 이해되고 있는 것처럼 종교가 아니라 심리치료에 가까운 그 무엇이며, 체계론적 시각과 흡사하다고 강조하였다.
동양의 이러한 문화적 전통은 세상의 모든 것을 상호관계성 및 환경과의 조화의 균형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예) 건강은 환경과의 조화와 평형이 유지된 상태며, 병이나 증상은 상호연결이 깨진 상태, 더 큰 전체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환경과의 균형과 조화가 깨진 상태라고 본다.
병이나 건강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 내면이 아니라 개인 밖에 존재하는 더 큰 체계나 환경과의 연결성에서 찾았던 한국의 전통사상은 초기 가족치료의 이론적 기초가 된 체계론적 시각과 매우 흡사하다.

 

* 한국인의 문제 예방 및 대처의 준거
유교, 불교, 도 사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종교적 전통, 그리고 한국의 민간신앙과 무속신앙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 예방 및 대처방식 살펴보기

(1) 유교
- 가족원 간에 지켜야 할 도리와 친족 및 조상과의 관계성 강조
- 가족원의 세대와 성별을 기초로 위계질서와 경계선 분명히 확립
- 가족원의 역할과 규칙을 명확히 할 것을 강조
- 부부유별, 부자유친, 장유유서 등

 

이러한 지침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문제로 여긴다.
유교의 윤리는 전통사회의 가족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근간으로 작용하며 남성의 성의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관계가 아닌 부자 관계가 가족의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유교의 가르침은 가정과 사회에서 긍정적이고 적절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문제 예방의 핵심으로 본다.

 

예) 병이나 어려움은 사회적 규율과 관습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
따라서 개인이 병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주어진 사회질서에 적합하게 그 자신을 변화하는 것
유교의 전통에 근거하여 이루어져 왔던 부모에 대한 효행, 형제간의 우애, 조상 숭배 같은 의식은 문제를 예방하고 가족의 안녕과 복을 비는 예방적, 치료적 효과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유교의 흔적 : 제사, 한식이나 추석 등 특별한 날 성묘, 풍수 좋은 곳에 부모의 묏자리 잡기 등
유교 윤리에 토대한 조상숭배 의식이지만 동시에 후손의 복을 빌고 화를 면하려는 대표적인 삶의 방식이 어 온다.

(2) 불교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길에 대해서 서양의 심리치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불교 경전은 심리치료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와 같다.
- 핵심 : 모든 것의 상호 의존성과 연결성을 나타내는 연기(緣起)의 개념
모든 것은 나름의 파동을 만들어 내며 성질이 비슷한 파동을 일으키는데, 좋지 못한 생각과 말, 행동이 악하고 유해한 성질의 파동을 끌어오게 됨으로써 결국 좋지 못한 파동으로 결말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에 나타나는 고통이나 문제는 현생과 연결된 전생 혹은 살아오면서 자신이 지은 죄업(karma)의 결과라고 하며 업(業은) 인과응보라고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을 잊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닦으면서 나와 연결된 많은 것에 자비를 베풀어 선을 쌓고 더 이상 악업을 만들거나 죄를 짓지 않는 것이라고 믿는다.
- 불교의 전통 치유방식의 또 다른 예 : 명상, 참선, 마음수련
- 명상 : 단순한 이완훈련이나 스트레스 감소뿐 아니라 수련을 통해 본질적인 전체성에 쉽게 재결합될 수 있고, 존재적인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되면 괴로움, 공포, 불안감, 절망감을 느끼는 마음의 경지를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마음수련이나 태극권, 국선도 등을 통한 심신 수련이 반드시 불교 전통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치유방식들은 본질적인 전체성을 체험함으로써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 평안을 찾고자 하는 동양적 마음 수련법이자 치유방식이다.

 

(3) 도 사상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도를 숭상. 인간다운 행위의 핵심은 ‘도’를 따르는 것이다.
- 의미 :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이며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실재
- 도와 조화를 이루는 행위,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것은 옳은 행위이며 건강한 행위로 간주
- ‘무리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하라.
(자연의 흐름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궁극적 실재인 도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가르치는 도 사상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

- 자연의 흐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무위(無爲)를 실천하는 것
무위란 도 사상의 핵심으로서,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 자발적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동, 그래서 행동이라 칭할 수도 없는 행위를 일컫는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타내는 도 사상은 궁극적인 실재인 도의 역동성과 상호관계를 강조하였다.
도덕경은 역설의 논리와 대립지향의 논리를 통해 사람들이 화를 피하고 복된 삶을 살 것을 가르친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전화위복 등)
갈등이 있을 경우 맞서려 하기보다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역설, 좋은 일이 있다고 너무 기뻐한 나머지 균형을 잃지 말고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나쁜 일에 대비하라는 역설, 화가 변하여 복이 될 수 있고 복이 변하여 화가 될 수 있으니 어느 한 시점에 머물러 울고 웃는 행위를 삼가라는 역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길 것이라는 역설적 지침이 있다.
결국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극단으로 치우치거나 균형을 잃지 말고 흐름에 따라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강조하는 길잡이가 된다.

 

(4) 음양오행 사상
동양의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이다.
정치철학, 음악이론, 천문역법, 동양의학 전반에 흔적을 남겼다.
한의학, 풍수, 역학 혹은 사주명리학에 적용되어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지배하였다.
음양(陰陽)과 오행(木,火,土,金,水)의 순환이 융합되어 우주의 모든 면이 역동적 형태의 전체 속에서 잘 정의되고 기록될 수 있으며, 이 체계가 병의 진단과 치료의 이론적 기반을 형성한다고 한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음양오행으로 설명되는 우주의 기운과 역동적 평형 상태를 이루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금까지도 이사나 결혼을 위해 길일이나 손 없는 날을 택하는 행위, 궁합. 승진이나 진학 운을 보는 등 일상 안에 많은 흔적이 남아있다.
한국인이 역술이나 사주팔자에 의존하는 태세는 그것이 미신이냐 과학이냐를 떠나 그것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떠나 이미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 박혀 일반인의 문제 예방 및 대처방식이 되고 있다.
음양오행 사상은 유교문화와 결합하여 우리의 문제 대처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5) 무속신앙과 민간신앙
한국 고유의 전통적 문제해결 방식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무속신앙(샤머니즘)과 민간 신앙이다.

① 샤머니즘의 특성
인간이 질서 있는 체계의 불가결한 부분이며, 모든 병은 우주적 질서와의 부조화한 결과라고 믿음이다. 즉 인간 존재를 질서 있는 체계에 통합되는 부분으로 본다.
병은 일종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징벌로 해석되기도 하며, 병이 발생한 사회문화적 맥락에 주로 관심 가진다.
자연 속에서 인간관계 또는 영적 세계와의 관계에서 조화 또는 평형을 회복할 것을 강조한다.
부조화와 불균형의 결과를 병이라고 하는 견해는 현대의 체계론적 관점과 완전히 일치한다.
② 샤머니즘의 요소
- 무속인(샤먼) : 종교적 의식을 주재하고 신내림을 통해 예언하며, 병의 진단과 치료를 맡는 상담자의 역할
- 무당 :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경쟁, 질투나 욕망, 악력, 환자 가족의 잘못 또는 환자나 그 친척 중에서 누가 도덕적 질서를 지키지 못했다는 등으로 설명
- 무당 :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해결되지 못한 관계성을 다루는 치료자

- 굿 : 전 가족원의 참여와 협조하게 전 가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무속치료 굿을 통해 무당은 개인의 병이 가족의 문제와 연관된다고 설명
- 굿 : 이웃과 친척을 초대하여 내담자 가족을 위한 지지체계를 이루도록 한다는 점에서 가족치료의 특징과 일치